제13편: 여행이나 출장 시 반려식물 물 공급을 유지하는 4가지 셀프 방법
식물 집사에게 가장 큰 고민과 걱정이 찾아오는 순간은 명절, 여름휴가, 혹은 갑작스러운 출장으로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할 때다. 며칠 동안 문을 꼭 닫아둔 밀폐된 공간에서 나 없이 식물들이 잘 버텨줄지, 돌아왔을 때 화분들이 말라죽어 있지는 않을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인이나 가족에게 물주기를 부탁하자니 식물마다 타이밍이 달라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가기 직전에 물을 무작정 가득 주고 가면 돌아왔을 때 100% 과습으로 뿌리가 썩어있기 쉽다.
나 역시 일주일 동안 출장을 다녀오며 화분 가득 물을 받아놓았다가, 아끼던 칼라데아와 고사리들의 뿌리를 완전히 녹여 먹은 아픈 기억이 있다. 식물은 물 부족보다 과습에 훨씬 취약하기 때문에, 집을 비울 때는 '한 번에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지속적으로' 공급되도록 환경을 세팅해야 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최소 3일에서 최대 일주일 이상 식물의 생명줄을 안전하게 유지해 주는 4가지 셀프 자동 관수 시스템을 소개한다.
1. 단기 외출(3~4일)을 위한 가장 안전한 선택: 페블 트레이와 가습기 예약
3일에서 4일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집을 비운다면, 굳이 복잡한 장치를 만들지 않아도 환경 조절만으로 충분히 식물을 지켜낼 수 있다. 핵심은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 안의 모든 식물을 한곳으로 모으는 '조별 배치'다. 베란다 창가나 직사광선이 바로 드는 곳은 해가 뜨면 온도가 올라가 흙이 빛의 속도로 마르므로, 거실 안쪽이나 해가 은은하게 드는 반양지 공간으로 화분들을 옹기종기 모아둔다. 식물들이 모여 있으면 서로 뿜어내는 증산 작용 덕분에 주변 습도가 유지되어 물 마름이 극적으로 느려진다.
그다음, 넓고 얕은 쟁반이나 대접에 자갈을 깔고 물을 자작하게 부은 뒤 그 위에 화분을 올려두는 '페블 트레이'를 세팅한다. 화분 바닥이 물에 직접 닿지 않아 과습은 생기지 않으면서, 자갈 사이의 물이 서서히 증발해 주변 공기를 촉촉하게 지켜준다. 만약 타이머 기능이 있는 가습기가 있다면 하루에 몇 시간씩 주기적으로 가동되도록 설정해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출장 직전 속흙의 마름을 확인하고 평소처럼 물을 준 뒤 이 환경을 만들어두면, 4일 정도는 끄떡없이 싱싱하게 버텨낸다.
2. 일주일 동안의 여행을 위한 페트병 삼투압 급수 장치
5일에서 일주일 이상 장기 여행을 떠난다면 식물이 스스로 물을 빨아먹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가장 대중적이고 만들기 쉬운 방법이 바로 '페트병 링거'다.
준비물은 다 마신 생수병이나 음료수 페트병, 그리고 송곳이나 두꺼운 바늘만 있으면 된다. 페트병 뚜껑에 송곳을 이용해 아주 미세한 구멍을 1~2개 뚫어준다. 구멍이 너무 크면 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과습이 오므로, 바늘 끝으로 콕 찌른 듯한 크기가 적당하다. 페트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뚜껑을 닫은 뒤, 화분 흙 속에 뚜껑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거꾸로 깊숙이 꽂아둔다.
이렇게 하면 흙이 마르면서 발생하는 압력과 삼투압 원리에 의해 흙이 건조해질 때만 페트병 속의 물이 한 방울씩 아주 천천히 흘러나오게 된다. 화분의 크기에 따라 500ml에서 2L 용량의 페트병을 선택해 배치하면, 일주일 동안 집사가 없어도 식물이 스스로 목을 축이며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3. 다량의 화분을 한 번에 해결하는 '모세관 현상' 실 뽑기 기법
키우는 화분의 개수가 많아 페트병을 일일이 꽂아주기 어렵다면,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실 뽑기 공법이 훌륭한 대안이 된다. 수건이나 천의 한쪽 끝이 물에 잠겨 있으면 반대쪽까지 축축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준비물은 물을 가득 담을 수 있는 큰 대야나 양동이, 그리고 물을 잘 흡수하는 신발 끈이나 두꺼운 면사(실)다. 먼저 물을 담은 양동이를 의자나 상 위에 올려 화분들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배치한다. 그리고 양동이 주변으로 화분들을 둥글게 둘러 놓는다.
면사의 한쪽 끝은 높은 양동이 바닥 깊숙이 담가두고, 반대쪽 끝은 각 화분의 흙 속으로 2~3cm 깊이로 파묻어 준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이동하는 중력과 실의 섬유 조직을 타고 물이 번지는 모세관 현상이 결합하여, 양동이의 물이 실을 타고 화분 흙 속으로 끊임없이 아주 조금씩 공급된다. 이 방법은 여러 화분에 동시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고, 물 공급량이 매우 일정하여 관엽식물이나 고사리류처럼 일정한 수분이 필요한 식물들에게 아주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4. 물을 극도로 좋아하는 식물을 위한 '저면관수 매트' 세팅
만약 보스턴 고사리나 아디안툼, 혹은 아기 몬스테라처럼 흙이 하루만 바짝 마를러도 잎이 회복 불능으로 타버리는 극성맞은 식물들이 있다면 '저면관수 매트법'을 추천한다.
화장실 바닥이나 베란다 바닥에 물을 잘 머금는 두꺼운 안 쓰는 수건이나 극세사 매트를 넓게 편다. 그리고 수건이 완전히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물을 가득 뿌려준다. 수건의 한쪽 끝은 대야에 물을 받아 담가두어 계속 수분이 공급되도록 만든다.
그다음, 화분 받침대를 완전히 제거한 화분들을 젖은 수건 위에 그대로 올려둔다. 화분 맨 아래에 있는 배수 구멍이 축축한 수건과 직접 맞닿으면서, 식물이 필요한 만큼의 수분을 아래서부터 위로 스스로 흡수하게 된다. 상부에서 물을 들이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흙 속에 공기층이 유지되어 과습 염려가 적고, 흙의 촉촉함이 장기간 유지되어 물귀신 같은 식물들을 지켜내는 데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핵심 요약
단기 외출 시에는 화분을 반양지에 모아두고 자갈 트레이를 활용해 주변 습도를 높여 수분 증발을 최소화한다.
일주일 이상의 장기 외출 시에는 페트병 뚜껑에 미세한 구멍을 내어 거꾸로 꽂아두면 삼투압 효과로 지속적인 급수가 가능하다.
화분이 많다면 높은 곳에 물통을 두고 면사로 연결하는 모세관 현상 기법이나, 바닥에 젖은 수건을 깔아두는 저면관수 방식을 활용한다.
다음 편 예고
임시 방편으로 위기를 넘겼다면 이제 거실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대형 초록이들을 돌볼 차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거실의 중심을 잡아주는 '대형 식물(여인초, 떡갈고무나무) 홈 스타일링 및 장기 관리 노하우'에 대해 상세히 다룹니다.
조만간 여행이나 출장 등 장기간 집을 비우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혼자 남겨질 가장 걱정되는 식물은 어떤 종류인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맞춤형 셀프 급수법을 제안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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